서영주 포스텍 AI대학원장 긴급진단

AI 트랜지션
美·中은 탑승 완료
韓, 여기서 낙오땐
영영 못 따라잡아
연봉 100억이라도
AI 인재 데려와야

◆ 2025 신년기획-위기, 대변혁 기회로 ◆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짐 챙겨 전력으로 뛰지 않으면 놓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은 이미 탑승을 마치고 전용칸에 자리를 잡았다. 이 차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차는 떠나지 않았다.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국에도 아직 기회가 있다.

열차는 인류를 진화시켜온 ‘기술 혁신’이고, 이번 차종은 ‘인공지능(AI)’이다. 이번 열차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낙오되면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8.9%였다. 당시는 챗GPT의 AI 혁명이 시작되기 전이다. 지금 한국의 성적은 훨씬 더 암울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 여력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국가적으로 ‘AI 트랜지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AI 국가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연구자들의 성과를 모으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AI의 효용이 돌아가도록 관리할 곳이다. 국가연구소가 할 일이 산더미다. 공용 AI 서버를 확보해 연구인력에게 개방하고, 암호화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마친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핵심 인재가 떠나지 않고 해외 인재는 들어오도록 잘 대우해야 한다. 해외 공룡기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서포트할지 정책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캐나다를 딥러닝 강국으로 만든 밀라(MILA)와 벡터(VECTOR) 연구소를 생각하면 된다. 캐나다 AI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밀라는 1993년 설립됐다. 캐나다 정부가 장기적 안목과 전략으로 20년 넘게 꾸준히 지원한 덕에 지금은 딥러닝 선도 연구기관이 됐다.

AI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 혁명이 가져올 파급력을 생각하면 연봉 10억원, 100억원도 아깝지 않다. 실제로 세계는 천문학적 보상을 약속하며 AI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은 AI 선진국에 비해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데, 그나마 어렵게 키운 핵심 인재들도 다 빼앗기는 실정이다. 몇 년 전부터 ‘AI 인재를 10억원씩 주고 데려와야 한다’고 수없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석박사 과정 AI 대학원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줘야 한다. 소중한 집토끼 지키기이자 미래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앞으로는 AI 전문가 1명이 수천만 명, 수억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다. 작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라. AI 전문가가 AI 기술을 활용해 해당 분야의 숨어 있던 원리를 설명하거나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AI라는 기술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AI 연구는 시간과 속도의 싸움이다. 연구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막차 시간에 맞추려면 1분이라도 빨리 역까지 가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열심히 걸어가 보겠다고 하는 꼴이다. 세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지경이 아닌가.

AI 연구를 위한 핵심 장비 확보에 집중 투자해 국내 연구자들이 연구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장비를 지원해야 한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톱10 기업들은 거의 AI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들 중 엔비디아나 TSMC를 보면 새로운 변화를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운명이 한눈에 보인다.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선진국이 막대한 힘과 부를 누리는 사이, 기술 적용에 뒤떨어진 국가들은 완전히 낙오되고 붕괴될 수 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