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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POSTECH)는 KAIST 등 IST 계열만큼 탄탄한 연구ㆍ재정 기반 있다. 

서영주 포항공과대학교 인공지능대학원장 (사진=이하나 기자)

인공지능대학원, 이제 10곳이 선정됐다!

“라디오 스타 보셨어요? 멋진 대사가 나와요. 제가 인공지능대학원장을 맡으면서 마음에 줄곧 담아온 말입니다.”

2019년 9월 포항공대(POSTECH)가 국책 인공지능대학원으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서영주 원장이 기자에게 영화를 봤냐고 물었다.

“개봉한지 조금 지난 영화인데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주변의 빛을 받을 때 별이 빛난다는 거지요. 후학들이 별처럼 빛나도록 돕는 매니저 역할이 제가 은퇴할 때까지 해내야 할 몫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서원장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질문에 답할 때마다 자신감과 열정이 묻어났다.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포항공대의 ‘국립대 전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재정 여건이나 연구 능력 모두에서 인공지능대학원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했다.

AI 특화 교육과정, 창의적 자율적 연구, 글로벌 역량 강화를 통해 학문적인 수월성(Professional), 산업적 감각(Pragmatic)을 동시에 갖춘 진취적(Progressive)인 개척자(Pioneer)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 목표. AI 최우수 학회 게재 논문 수 세계 5위 달성이 연구 목표 중 하나다.

미디어는 포항공대 설립 이후 서울대와 KAIST를 한데 묶어 ‘서포카’란 별칭을 지어줬다. 올 4월 마지막 국책 인공지능대학원으로 서울대가 선정되어 이제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된 셈이다. 

POSTECH, 세상을 바꿀 AI 싹 틔우다

포항공대 인공지능대학원은 설립 이후 교육부 주관 4단계 BK21 사업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인공지능대학원 AI 산학협력센터도 구축했다.

AI 핵심연구는 ▲미디어 AI ▲데이터 AI ▲AI이론으로 삼분한다. 컴퓨터비전, 그래픽스, 자연어 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AI’와 대용량의 실세계 수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하는 ‘데이터 AI’, 마지막으로 수학적 분석 및 최적화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을 다루는 ‘AI이론’이 있다.

특히 ‘AI+X’ 연구는 바이오 신약, 스포츠 헬스케어 등 의료 AI 분야와 기업체의 제조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ㆍ스포츠 헬스케어는 ▲포항가속기연구소 ▲포스텍BOC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업한다.

포항공대 인공지능대학원으로 갈 때 거쳐가는 광장 형태의 쉼터다. 포항공대 내부에 위치해 있다.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3차원 VR 시스템, 로보틱스는 포스텍 전자과/컴공과와 포스텍 내 위치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함께 연구중이다.

에너지, 제조, 재료물리는 포스텍 철강 및 첨단원자력, 신소재 외 4개 학과와 함께 운영한다. 윤리철학 분야는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와 협력한다.

1년간 신입생을 모집해보니 어떤가?

인공지능대학원 첫해 선정은 9월달이었다. 보통 10월에는 대학원 모집이 다 끝난다. 

포항공대는 (이미 대학원에 갈 사람은 다 간 시점인) 11월에 학과가 통과됐고, 뒤늦게 공고를 열어야 했다. 그 후 준비기간도 1달이 더 소요되면서, 12월에 학과를 모집하게 됐다.

그런데도 100명 가까이, 약 90명 정도가 지원했다. 해외 유명 대학 출신 등도 지원하면서 신설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다.

첫 학과 모집 당시 합격률은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석·박사 통합과정 등 3개 과정에 걸쳐 총 18.5%가 나왔다. 그 중 석·박사 통합과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9%였다.

꾸준하게 일정적인 학생 수요가 있는 편이고, 질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알아서 퀄리티가 있는 학생들만 지원해서 오다 보니 경쟁률이 매우 높지는 않은 편이다. 약 3대 1정도 유지하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이 코딩, 소프트웨어만 잘하면 인공지능을 잘한다고 착각을 많이 하고 온다. 하지만 AI는 엄청난 수학이다. 그래프는 당연하고, 미·적분에 통계 등 수식이 엄청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하기 위해선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알고리즘으로 시험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보기 위함이다.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 이것이 되게 중요하다.

또, 중요한 부분 한 가지는 미래에 대한 목표나 계획 없이 오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AI의 비전과 기술은 아주 좋다. 단,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AI가 혁명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고 왔으면 좋겠다.

포스텍 AI대학원에서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코로나 때문에 현재는 미뤄졌지만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기로 결정됐다. 포스텍과 함께 하기로 작년 말쯤에 통과된 사안이다.

그 외에도 국내기업, 국내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 교내 연구기관을 포함, 지자체 및 공공기관, 해외 교육기관, 해외 기업 및 연구소와 인턴십 프로그램, 공동창업 지원, 공동연구 및 빅데이터 공유, 산학 협력 컨소시엄, 국제 산학 공동 워크샵 등으로 현재 활발한 협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의 협력 기업 및 기관 소개.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홈페이지)

AI 의료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신촌에 세브란스병원을 가지고 있는 연세대학교의과대학 의료원하고도 협업중이다.

포스텍은 병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등과도 연계를 맺으며 협업하고 있다.

기업 중 SK 하이닉스와도 협력중이다.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에 대한 AI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분당에 있는 SK 하이닉스 데이터센터와도 연계해 AI 개발시 사용될 데이터를 주고 받고, 전송해주는 일을 포항공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 오케스트라 관련 AI 음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에서 기업체 공정을 아는 직원들이 인공지능연구원에 와서 숙박하면서 교육을 받고 간다. AI+X를 뒤집어 X(융햡분야)를 하시는 분들이 와서 AI를 배워가는 형태로 매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을 못하고 있는 취준생 청년들에게 인공지능 교육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 실업률도 줄이고, 부족한 AI 인재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전체 학위 과정에 인공지능 세미나 과정을 넣은 이유는?

사실 세미나는 돈이 무척 많이 드는 과정이다. 외부 강사를 부를때마다 거의 100만원 돈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필수로 넣게 된 이유는 새로운 분야를 계속 접목시켜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강사가 미국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전세계적으로 초빙해서 오게 된다. 기업체에서 오신 분도 있다. 각 분야에서 온 전문가들이 겪은 실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학생들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를 열어주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는 분야를 심도있게 알게 되기도 한다. 또한, 강사와의 네트워크도 구축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동향을 파악 해 AI 분야의 흐름을 알고, 기업체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는지, 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지 등 AI 분야를 배우기 위해선 학생들에게는 많은 다양한 경험적 지식도 필요하다.

포항공대의 인기 비결이란?

포항공대 인공지능대학원 건물에는 인공지능연구원도 함께 있다.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포항공대 인공지능대학원 건물에는 인공지능연구원도 함께 있다.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포항공대는 우선 좋은 교수를 많이 뽑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포항공대 설립 후 인공지능대학원 만큼 좋은 교수를, 많이, 빨리 뽑은 전례가 없다(현재 포항공대 홈페이지에 표시된 인공지능 전임교원은 18명). 전무후무한 일이 펼쳐지고 있는 거다.

기본적인 정량평가를 거쳐 교수를 선정한다. 그런데 이 평가가 매우 까다롭다. 인터뷰는 기본이고 이틀간 세미나를 거쳐 뽑는다. 인성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오래 갈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현재도 모두 4명의 교수를 인터뷰 하는 중이다. 4명 중 한 명을 고르려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수한 교수라면 4명 모두 뽑기 위해서다.

서.포.카 사이에서 포항공대, 불리할 수 있을텐데?

맞다. 포항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솔직히, 수도권 국립대로 옮겨간 교수님도 계셨다. 좋은 인재가 다른 학교를 선택할 때 가슴이 아팠던 적도 있다.

하지만 포항공대만의 특성과 장점이 있다.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은 강남8학군 못지 않다. 특히 ‘비전 랩’이라고 부르는 교수간 팀 연구제도나, 신임 교수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공용 인공지능 장비 지원 정책 등은 내세울 만하다.

다행인 것은 최근 뽑은 전임 교수님들께서 포항공대를 이탈하지 않으셨다는 점이다(웃음).

포항공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임교수 구성원은 총 18명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겸임교수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홈페이지)
포항공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임교수 구성원은 총 18명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겸임교수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포항공대 AI대학원 홈페이지)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고, 준비해왔다. 카네기 멜론대만 예로 들어도 AI 중 핵심인 기계학습(머신러닝) 분야 학과를 만든 것도 10년이 넘었다. 이미 그렇게 앞서 간 나라가 있는데, 하루 만에 우리나라가 따라잡을 수는 없는 문제다.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GPU 등 장비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난다.

이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있는 것은 인공지능 분야도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처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해서 분명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중국,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상황이지만 이런 부분도 조만간 나아질 것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추적해 처음의 문서나 설계기법 등 자료를 얻어 내는 일을 뜻하는 소프트웨어 공학의 한 분야.

정부에게 받은 지원금,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국가에서 받은 돈은 세금으로 받은 돈이기 때문에 알차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도 자주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정부에서 돈을 받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에 받게 되면 장비를 산다기보단 연구비나 인건비에 주로 소모한다.

서울대나 연세대처럼 종합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포항공대는 공과 대학인 만큼 그 명성에 충실하기 위해 뛰어난 장비를 많이 구입하는 데 집중해왔다.

정부의 돈 외에도 대행자금으로 기업 등을 통해 150억원 이상 지원을 받거나 약속 받았다. 이 모든 활동은 교수들이 AI 연구를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좋아하는 영화인 라디오스타에 나온 대사 중 감명 깊은 대사가 하나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 포스터 (사진=NAVER)
영화 ‘라디오스타’ 포스터 (사진=NAVER)

민수 :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최곤 : 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나) 좀 비쳐주라 좀..

– 영화 라디오스타 中

영화 라디오스타에 나오는 매니저 민수(배우 안성기)는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며 “별과 같이 주변의 빛을 받아 빛나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왕년 가수인 최곤(배우 박중훈)을 위로한다. 나 또한 이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할 때까지 후배 교수들에게 더 양보하고, 더 봉사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임기가 5년 남은 상태다. 남은 기간 동안, 포스텍 인공지능학과만큼은 1위 자리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등 AI선진국으로도 진출할 것이다. 포항을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알을 낳기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연어처럼, 뛰어난 인재들로 거듭나 모교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가르치고, 투자한다. 다시 돌아오게 되면 그들이 배워온 지식들이 포항공대를 더욱 풍요롭고 발전적으로 이끌 것이다.

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