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좋은 인공지능(AI)을 만들고, 나쁜 사람이 나쁜 인공지능을 만듭니다. 우리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http://piai.postech.ac.kr/press-release/view/id/196#u

서영주 포항공대(포스텍‧POSTECH) AI대학원장은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을 강조했다. 포스텍 AI대학원에서는 실력만 갖춘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인간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서 원장은 “미래는 사람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경쟁해야 하는데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가치를 간직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 원장은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전기 컴퓨터 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미시간대학교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실시간 컴퓨팅 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컴퓨터공학 전문가다. 한양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한 이후에는 포스텍에서 교편을 잡았다. 컴퓨터공학과 주임교수 및 인공지능연구원 원장을 거쳐 AI대학원장직을 맡았다.

포스텍 AI대학원이 출범 3년째를 맞았다. 올해 처음으로 졸업생도 배출했다. 산업체 위탁생 3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석사학위 과정을 마쳤다.

포스텍 AI대학원은 지난 3년 동안 전임교수를 11명에서 20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 매년 3명씩 추가로 영입한 결과다. 전임교수 규모는 AI대학원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다.

서영주 포스텍 AI대학원장

서원장은 “기존 컴퓨터공학과나 전자공학과와 별개로 교수를 운용하는 AI대학원 조직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라며 미소를 지었다.

겸임교수도 많이 늘었다. 타 학과에서 62명의 교수가 겸임교수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핵심 연구로 하지는 않지만 다른 분야에서 활용하는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올해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된 포스텍 AI연구원(원장 서영주)과는 연구·교육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그동안 발표한 연구결과도 적지않다. 컴퓨터비전연구실이 지난 6월 열린 ‘국제 컴퓨터비전·패턴인식 학술대회(2022 CVPR)’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CVPR은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대회다.

서 원장은 “컴퓨터비전 분야에서 서로 다른 영역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한 연구실을 이루고 긴밀하게 협력하며 이루어낸 결과”라며 “포스텍은 이처럼 유사 분야 교수 연구실을 묶어주는 교수간 팀 연구제도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컴퓨터 그래픽 연구실, 머신러닝 및 딥러닝 연구실, 시스템 최적화 연구실 등이 대표 사례다. 그는 “이처럼 3~4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연구실이 늘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들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연구를 위한 공용 컴퓨팅 인프라 구축도 그가 주력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그는 AI를 ‘장비 산업’으로 분류한다. AI 모델 학습을 비롯한 AI 연구의 성패는 컴퓨팅 자원의 규모와 성능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지금까지 110억원 이상을 투입해 포스텍 학술정보관에 전산실을 2개 더 만들고 AI대학원 공용장비를 설치했다. 교수마다 교수실 단위로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용장비의 규모와 성능이 훨씬 크다.

그는 “국내 AI대학원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공용장비로 컴퓨팅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을 것”이라며 어깨을 으쓱해 보였다.

서영주 포스텍 AI대학원장

그는 AI연구의 핵심을 ▲AI 이론 ▲데이터 AI ▲미디어 AI 세 가지로 나누었다. 교수와 학생 선발도 이에 맞게 특화했다. 

AI 이론은 수학적 분석 및 최적화 연구를 통해 AI 학습과 추론을 다루는 연구 분야다. 또 데이터 AI 연구를 통해서는 대용량의 실세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한다. 미디어 AI에서는 컴퓨터비전, 그래픽스, 자연어 처리 등을 다룬다.

강의도 세 분야에 기초가 되는 필수 과목을 정하고, 각 분야에 특화된 과목을 마련해 전문성을 키우도록 했다. 

“입시에도 수학과 알고리즘 두 과목만 테스트합니다. AI 모델링이나 융합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수학과 컴퓨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알고리즘입니다.”

서 원장은 학생 선발 기준을 이렇게 밝혔다. 학부가 달라도 상관없도록 했고, 덕분에 문과생이나 미대 출신이 지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기초가 부족해도 따라올 수 있도록 비전공자들을 위한 선수과목도 개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와 공동학위제를 시행해 학기당 10명의 교환학생을 보내는데 이들의 성적이 모두 우수하다는 사실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포스텍 AI대학원은 이밖에도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인턴십이나 공동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연구 및 각종 정보 교류와 워크샵 등 활동도 활발하다.

서영주 포스텍 AI대학원장

“정부지원금과 대응자금을 포함해 한해 56억원 이상을 AI 연구와 교육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지역적인 한계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좋은 교수와 학생을 뽑는데 핸디캡이 있습니다.” 

서 원장은 “인구 절벽으로 지방 대학이 몰락하고 있다”며 우려도 표했다. AI 교육과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멀리 떨어진 포항에 위치한 포스텍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포스텍은 그나마 아직까지 잘 유지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태를 지속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는 실생활에 응용해야만 가치가 더해진다. 기업이 함께 해야 보다 쉽게 현실과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산학 협력이 필요하다. 

서 원장이 아쉬움을 토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는 개별 교수 차원은 물론이고 기관 대 기관 또는 팀 대 팀 간에 좀 더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옥스퍼드, 스탠포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세계 수준의 대학 또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차세대 AI기술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세계 최고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갈 방침이다.  

그는 또 정부가 당초의 AI대학원 설립 취지에 무색하게 나눠주기식으로 지원하는 점을 꼬집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AI는 소수 엘리트가 리드하는 분야”라며 “포스텍은 소수지만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대한민국 AI산업을 이끌 정예 인력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AI타임스>